우리 학교를 제외한 대부분의 학교 학생들이 방학을 만끽하고 있을 시기. 나는 강한 대학생으로 진화해 학교에 다녀왔다.
오랜만의 학교는 즐거웠고, 한층 강해진 나는 하굣길에 신나게 공릉역으로 걸어갔다.개강 첫주인 만큼 오리엔테이션으로 빨리 끝난 덕분에 퇴근 시간도 아니었고 마침 열차도 딱 맞춰서왔겠다, 마침 좌석도 비었겠다, 딱 앉았는데,
…?
내 가방이,
아니다.
살면서 자신의 심장소리를 들을 일이 얼마나 있을까? 귓가에서 미친듯이 비명을 지르는 이 심장소리가 내 것이로구나.. 그러나 나는 해당 열차 칸에 타 있는 그 누구보다도 태연한 척을 가장하며,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일어나 바로 다음 역인 태릉입구에서 내렸다.
걷는 건지 마는 건지 숨은 제대로 쉬고 있는 건지도 모르는 채로 아무데나 앉자마자 공릉역 도착 직전까지 함께 있었던 동기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그러나 그녀와 바뀐 것이 아니었으며..
결국 속으로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를 연발하며 가방을 열었다. 노트북이 바로 보이지 않아 설마 같은 과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떠는 와중..
무엇인가가 손에 잡혔다..?
냅다 뒤집었더니 보인 것은...
전화번호가 없어 떨리는 마음으로 인스타 통화를 시도. 통화연결음이 들리는 동안 하느님부처님예수님알라신원시천존이시여.. 온갖 신에게 빌었더니 숨 넘어갈 듯한 나의 기도가 닿은 것일까.. 전화가 연결되었고,
실시간으로 본인의 가방이 아님을 인지하는 현장을 청취.. 그녀의 현재 동태를 살핀 결과 공릉역에 있음을 확인.
추척 결과 웹퍼블리싱 오티가 끝난 후(심지어 나는 그녀와 강의를 같이 들었던 것이다) 잠깐 들렀던 화장실에서 바뀐 사실을 알아내었다.
무게도 색상도 비슷했던 탓일까.. 아니, 집에 간다는 사실에 가방이고 뭐고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 분명하다. 감격의 도가니탕에 허우적대며 나는 지금 태릉입구역이다, 4-4칸에서 만나자는 통신을 주고받았다.
If..내가 태릉입구역에서 가방이 바뀐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가방의 주인이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언니가 이미 집에 도착한 상태였다면..? 아찔하다. 나는 사랑스러운 눈으로 내새끼를 쓰다듬었다.